국민 술 소주, 공장마다 맛이 다르다?

알수록 신기한 소주의 비밀

매년 36억 병 넘게 팔릴 정도로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주!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인 참이슬은 누적 판매량이 무려 380억 병을 넘겼을 정도인데요. 요즘은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요즘 국민 술 소주를 둘러싼 재밌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해요. 바로 똑같은 브랜드의 소주도 '공장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소문은 사실일까요?

공장 물맛 따라 소주 맛 다를까?

제조된 공장마다 소주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어요. 소주를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은 보통 해당 공장이 위치한 곳의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데, 이 지하수 맛에 따라 소주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예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해요. 따져 본다면 오히려 거짓일 확률이 높은데요. F1~F4가 공장 위치를 의미하는 건 맞지만, 소주를 직접 만들지는 않고 병에 넣는 작업만 하는 공장도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청주 공장에서는 이천 공장에서 물 배합까지 마친 완제품을 받아 병에 넣기만 한다는 거죠. 게다가 소주에 들어가는 물도 정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맛 차이가 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요.

소주, 한때는 35도였다고?

소주를 둘러싼 또 다른 재밌는 사실이 있어요. 한때 소주의 도수가 무려 35도에 달했다는 거예요. 1942년, 국내 최초로 생산된 증류식 소주 ‘진로’는 도수가 35도였어요. 1965년에 저렴한 희석식 소주가 등장했지만, 이것도 역시 도수가 30도였어요. 이후 1970년대에 25도짜리 소주가 등장하면서, 한동안 소주는 25도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는데요, 1990년대 23도, 22도 소주가 등장하며 차차 도수가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가장 많이 팔리는 참이슬, 처음처럼 둘다 기본 도수는 16도 내외예요. 이는 음주 문화 변화와 관련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문화가 주를 이루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볍게 한잔하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랍니다.

그렇다면 소주 도수는 어디까지 내려갈까요? 그간 업계는 16도보다 낮은 소주는 특유의 쌉쌀한 맛이 없는 데다가 물비린내까지 심하게 나서 출시되기 힘들 것으로 봤어요. 그런데 얼마 전 14.9도 소주가 출시되면서 업계의 불문율이었던 16도의 벽이 깨졌어요. 소주의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뀐 덕분이죠.

제로 소주의 함정

최근엔 제로 열풍을 타고 제로 소주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점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당분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기 때문이죠. 술도 마찬가지로, 마시더라도 조금이나마 건강한 제로 소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답니다. 그런데 사실 제로 소주는 일반 소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아시나요? 제로 소주에는 과당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소주에는 원래 과당이 들어가지 않아요. 오히려 칼로리가 없는 인공 감미료가 첨가되어 있었죠. 제로 소주가 일반 소주에 비해 10kcal정도 미미하게 칼로리가 적기는 하지만, 이 역시도 단순히 알코올 도수가 낮기 때문이에요. 술 칼로리의 대부분은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에서 나오니, 도수가 낮으면 당연히 칼로리도 낮을 수밖에 없는 거죠. 제로소주는 좀 더 건강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최근에는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주는 서민들에게 가장 부담없고 친숙한 술인 것 같아요. 공장마다 맛의 차이는 없다지만,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맛은 구별할 수 있는 분들이 꽤 많다는데요, 사용자님은 어떠신가요?